개발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는가?
나는 2019년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한 문과생이었고 대학에 다닐 때도 개발자가 되리라고는 한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취준생이 되었는데 문과생에게 현실은 생각보다 냉혹했다.
안그래도 수요 대비 공급이 넘치는 문과생, 심지어는 중어중문학과인 나에게 최대 위기가 온다!
아니 기껏 중어중문학과 졸업해서 취업할 때 되니까 코로나가 터져...? 어떻게 이럴수가 있는가....
자격증을 따고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며 나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 끊임없이 흘렀다.
쳇바퀴 돌듯이 나 자신을 증명하는 시간은 대학에 가기 위한 노력이 마지막일 줄 알았으나 취준또한 그러했다.
어떠한 사람이 되고 싶고
어떠한 일을 하고 싶고
그 일을 함에 있어서 나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고
이러한 생각보다는 기계적으로 나의 전공과 경험에 맞는 직무에 끼워맞춰 직장을 가지는 것에 집중했다.
멀리보고 인생의 미래를 계획하기 보다는 눈 앞의 위기를 처리함에 급급했다.
세상에 나의 쓸모를 인정받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와중에 광고회사에서 인턴을 하게된다.
구글 애널리틱스에 나오는 통계값을 기록하고, 광고 배너 가격을 끊임없이 조정해서 이 회사의 광고가 웹 상의 상위단에 노출되도록 끊임없이 모니터링하는 업무였다.
상당히 반복적이고 단순한 업무였다.
이 업무를 진행하며 든 생각은
이거 그냥 프로그램 만들어서 하면 안되나....? 그렇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은데....
물론 베이스가 없었기 때문에 이 생각을 곧바로 실천하여 적용하지는 못했으나 이때 했던 생각은 나의 진로를 바꾸었다.
결국,
이 문과판에 나를 위한 자리가 없다면 판을 바꾸자!
라고 마음을 먹게 되고 "개발자" 라는 직업에 관심을 갖는다.
국비지원 개발자 양성과정이라는 교육이 있다는 걸 알게되어 2020년 6월부터 2021년도 1월까지 국비지원 개발자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두번째로 취업 시장에 뛰어든다.
(국비지원과정에 대한 후기는 차차 풀도록 하겠다...)
"국비지원 수료한 비전공자 개발자" 타이틀 또한 쉽지는 않았다.
이 때도 이전과 같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있었으나 사탕 포장지가 아닌, 사탕으로서 승부하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지원했다.
그때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굉장히 한정적이었고
그 중 한 회사에 합격해서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처음 시작한다.
이렇게 공주와 왕자님은 행복하게 살았어요~~~
로 인생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미 제목을 본 독자들은 결말을 알고있다.
이 글은 퇴사 회고 글이며 2년간의 나의 지난한 과정 축약판이다.
이제 나의 퇴사 회고를 진행해보겠다.
왜 떠나는가?
이미 두번의 취준기간을 거쳐서 회사에 입사한 만큼, 나는 절박했다.
회사가 나를 아무리 굴려도 "비전공자 국비지원 신입 개발자"를 받아준 회사였기 때문에 회사에 대한 애정과 충성심이 컸다.
하지만 이러한 내가 회사를 떠나게 된 이유는
1. 사수가 없다.
퇴사 시점에 나보다 일찍 입사한 개발자(대리급)들은 대부분 퇴사한 상태였으며
오히려 내 뒤에 40~50여명의 신입 개발자들이 들어왔다.
그 신입 개발자들을 책임지는 것은?!
바로 나와 비슷한 연차의 사람들이었다.
관리가 됐을까....? 그렇지 않다.
2. 회사는 나를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다. 그것이 주말이든.... 새벽 2시이든... always....
나는 회사에서 크게 2가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설계부터 운영까지 개발한 첫번째 프로젝트에서 약 1년간의 시간을 쓴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시간동안 나에게는
나보다 늦게 들어온 개발자들의 교육을 진행했고 (본인 또한 4개월차였다.)
주말이 없었고
9시 출근 9시 퇴근이 default 였으며
지방에서 상주하며 근무(약 3개월간)를 한다.
항상 이슈가 터질 수 있으니 긴장 상태에서 24시간 메신저 방을 신경써야 했으며
나의 선배들이 묵묵히 참고 견디고 있는데 거기에 신입 개발자인 나에게 선택지란 "버티기" 뿐이었다.
3. 전문성을 가지고 싶다.
회사는 풀스택 엔지니어를 지향하고
백엔드, 프론트엔드 가리지 않고 잘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I이다보니 다양한 업종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처음 개발을 시작한 개발자에게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웹 화면을 그리고,
사용자가 한 액션이 어떻게 백엔드로 흘러가고,
백엔드에서는 어떻게 데이터를 받아서 다시 결과값을 도출하는가
이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아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이제는, 한가지 분야를 선택해서 전문성을 가지고 싶다.
지금 말하는 전문성은 프론트엔드, 백엔드, 퍼블리셔 등의 구분이 아닌 "업종"에 대한 전문성이다!
회사에서 배운 것
1. 입사 시점을 돌이켜보면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어떻게 화면이 동작하고, 이를 위한 서버는 어떻게 구현해야 하는지, API가 뭔지, SWAGGER, POSTMAN 등
개발자로서의 초석을 다지게 해준 점에서는 회사에는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MSA 기반의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했기 때문에 기능별로 서버단과 화면 모두를 구현해야 했다.
두가지 모두를 경험해 본 것이 앞으로 개발자로서 성장해가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2. 안되는건 없다.
이 기능이 될지 안될지를 설계할 때
처음에는 경험이 부족하다보니 흑백논리로 "된다" "안된다"로 생각하고 시도해보기도 전에 포기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한 진짜 문제가 무엇인지 판단하는 능력도 부족했다.
하지만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것이 안된다면 다르게 접근할 방법을 찾고
안되는 원인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결국 해내는 것.
이 과정을 여러번 반복했을 때에 깨달았다.
안된다고 속단할 것은 없구나!
3. 혼자 가능한 것은 없다. 모든 것은 협업이다.
개발은 혼자 할 수 없다.
내가 모든 것에 신경 쓸 수 없고 각 분야의 깊이가 굉장히 깊다.
따라서 협업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회사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동료들"이다.
나의 선배, 나의 동기, 프로젝트 팀원들이 없었다면 사실 이미 옛날에 뛰쳐나왔을 수도 있다.
사람과 소통하고 일하는 방법을 배우게 해준 회사에게 감사한다.
앞으로의 계획
현재 이직에 성공하여 금융권 개발자로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내가 선택한 업종은 금융쪽이고, 서비스 운영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년도의 목표는 "깊이있는 개발자"이다.
그동안 쌓았던 경험과 스킬을 글로 정리하고, 개념을 다잡는 한 해를 보내고 싶다.
진짜 중요한게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것을 만들기 위한 한 해를 보낼 것이다.
늦었지만,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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